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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있는 서점> 서평/독후감

섬에 대한 낭만을 가진 이들에게 

 

 

 외국 작가의 책을 읽고 나면, 나는 항상 책의 원제부터 살펴본다. 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당황스러울 정도로 한국의 정서에 맞게 변형된 제목들이 있다. <섬에 있는 서점>, 책이 그러하다. 책의 원제는 <The Storied Life of A. J. Fikry >이다. 한국에서 출판된 제목인 <섬에 있는 서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원제가 철저히 중심인물의 일생을 시간적으로 다루고 있는 반면, 한국 제목은 공간성이 두드러진다. 사실 이렇게 분석적으로 말하기 보다는, 한국 제목이 낭만적이다 말하는 정확할 것이다. 최근 들어 서점이 하나의 감성적인 데이트 장소로 변모한 것을 보아서도 확실히 서점, 그것도 섬에 있는 서점은 독자의 상상력과 낭만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제목이다.

 

 하지만 책은 원제와 같이, 에이제이 피커리라는 서점 주인의 인생을 담담하면서도 시원시원한 문체로 보여준다. 무릇 인생이 그러하 , 시기의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시간이 빠르게 전개되며, 작가의 유머러스한 문체는 교통사고나 아는 이의 죽음, 훌쩍 커버린 아이의 낯선 모습 심각성을 가진 사건들도 독자들로 하여금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본 이야기는 훗날 에이제이의 재혼자가 되는 어밀리아가 출장 에이제이의 아일랜드 서점이 있는 섬으로 가는 안에서부터 시작된다. 에이제이의 서점은 섬의 유일한 서점으로, 문학에 대한 그의 완고한 고집과 애정을 담아내 초반에는 어떠한 따듯한 교류에 대한 언급은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둘은 서점에서 불쾌한 첫만남을 가졌지만, 에이제이의 부인인 니콜이 급작스런 죽음을 맞고나서, 모든 마치 짜여진 소설처럼진행되기 시작한다.

 

 물론 책의 장르 자체가 소설이지만, 에이제이의 인생은 정말로 소설같다 말할 있다. 에이제이는 부인의 죽음 이후 술에 취해 살다가, 자신이 아껴왔던 책인 <터멀레인> 도둑맞고, 한편에서는 2살배기 아기 마야가 서점에 버려진 것을 목격하고 결국 마야를 키우게 된다. 또한 어밀리아와는 문학적, 감성적 교류를 통해 친해지고, 계속적으로 도움을 주었던 경찰관 램비에이스, 니콜의 언니인 이즈메이, 그리고 바람둥이 작가인 다니엘과도 관계를 이어가며, 서점은 주민들을 문학적 공동체로 묶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일련의 사건들은 참으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고 그야말로 현실과 다를 없이 일상적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모든 사건들이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에이제이와 어밀리아는 결국 마야를 함께 키우며 서점을 운영하고, 시간이 흐르며 독자는 마야와 도둑맞은 <터멀레인> 마음 아픈, 마치 한국 막장 드라마같은 비밀을 알게 된다. 비밀은 마야가 에이제이의 친구이자 이즈메이의 남편인 작가 다니엘의 사생아였다는 것과, 이즈메이는 사실을 알면서도 숨겼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은 소소한 즐거움으로 이어져 가고, 이야기는 에이제이의 죽음과 서점이 새로 사랑하게 렘비에이스와 이즈메이에 의해 계속 운영된다는 일상적 엔딩으로 끝맺어진다.

 

 하지만, 스토리에서 주목해야 점은 에이제이가 얼마나 입체적 인물인지, 그의 삶이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지, 와는 거리가 멀다. 소설이 작가의 문체가 그러하 모든 비극적 사건들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는 것은, 어떠한 관점에서도 보면 삶의 달콤함을 표현하고 있다 해도 무방하다. 소설에서는 빈번하게 에이제이의 서점이 여름 관광객들로 대부분의 소득이 이어진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또한 외부로의 이동이 어려운 이라는 특성은 에이제이의 아일랜드 서점이 외부인들이 보기에 도시의 번잡하고 괴로운 삶과는 동떨어진 항상 평화로운 장소일 것이라 쉽게 생각하게 만든다. 독자들이 보기에도 마야를 독서와 함께 훌륭히 키워내는 에이제이의 변화되는 모습과 어밀리아의 현명함 그리고 항상 옆에서 끊임없이 도움을 주는 경찰관 렘비에이스의 존재는, 매우 낭만적이며 한마디로 유니콘 같은 이상적인 것들이다. 하지만 그들도 결국 아픈 과거들을 끊임없이 숨기고, 병에 걸리고, 사소한 다툼들이 일어나는 보통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일종의 달콤한 카타르시스 혹은 동감함을 느끼게 된다.

 

 이 지점은 후반부에 나오는 마야의 자전적 소설에서 극대화된다. 겨우 9학년인 시점의 마야가 <바닷가 나들이> 제목과는 달리 자신의 자살한 친어머니의 비극적 삶을 단편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독자도, 심지어 등장인물들 누구도 마야의 자살한 친어머니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나, 마야의 소설을 통해 유추해볼 수는 있다. 유추된 삶조차 너무나도 비극적인데, 등장인물들 누구도 처절하게 슬퍼하지 않는다. (이는 아내 니콜이 죽은 에이제이의 모습에서도 발견된다) 마치 격한 슬픔은 숨기며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처럼, 그들은 그들을 둘러싼, (서점으로 대표되는) 문학이라는 존재를 통해 모든 것을 승화하여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계속적으로 언급하듯, 과정은 절대 엄숙하거나 무엇인가를 극복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으며, 일상의 모습들로 표현된다.

 

 또한 책은 구성에 있어서 독자의 상상력을 확장하고 있다. 책을 펼치면 처음 마주하게 되는 노트 형식의 짧은 글은 독자로 하여금 의문의 노트들과 스토리 사이의 연관성을 끊임없이 추론하게 한다. 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노트들이 스토리의 주인공인 에이제이가 책에 남긴 편지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만, 아마 허술한 독자라면 노트들의 정체를 스토리의 끝에 가서야 눈치챌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점에서 독자의 섬세함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스토리 사이사이 나누는 역할을 하는 노트들은 스토리가 소설 속에서 이뤄지는 허구적인 실제인지, 혹은 소설 속에서 마야가 소설인지, 등으로 상상의 범위를 넓게 한다. 나의 경우에는, 소설의 중반에서는 이야기가 전부 등장인물인 마야가 소설이라는 예상을 하고 읽게 되었다. 이는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아니라 책을 읽어나가게 하는 재미로도 작용하며, 나아가서는 소설의 주요 인물들인 에이제이, 어밀리아, 그리고 마야와 같이 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대화에 동참하고 싶게 하는 마음을 끌어낸다.

 

 다시 말하자면, <섬에 있는 서점> 언뜻 보기에 섬와 문학의 낭만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같으나, 사실은 철저하게 현실적인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사람들의 낭만을 깨뜨리는 방식은 아니며, 오히려 현실과 낭만적인 삶의 간극을 희망적인 방식으로 채우고 있다고 있다. 또한 작품 곳곳에 녹아 있는 작가의 섬세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들이 소설의 완성도를 현저하게 높이고 있다. 아마 지금 2019년의 시점과 가장 가까울 에이제이가 리더기라는 첨단 제품을 받고 화를 내는 모습, 그리고 마야에게 무용수업을 강요하지 않는 모습은 소설을 단지 낭만적인 제목을 가진 소설에 그치지 않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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